[노무현 정부는 멕시코 칸툰 WTO 5차 각료회의에 참가한 협상단을 즉각
철수하라!]
- 고 이경해 농민열사의 명복을 빌며
민족의 대명절 추석 새벽동이 트자마자 우리는 멕시코 칸쿤에서 WTO
농업협상을 반대하며 싸우던 한 농민의 비통하고 처절한 죽음을 접하게
되었다.
지난 9월 10일부터 멕시코 칸쿤에서는 WTO 5차 각료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자, 농민, 시민사회단체 성원 200여명의 대표단은 모든
상품의 관세 철폐와 의료, 교육,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에 대한 무한 무역
자유화와 특히 세계의 농업시장 개방 확대를 논의하려는 WTO 5차 각료
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하는 추석 명절도 접고 이역만리 멕시코
칸쿤에서 투쟁을 벌여왔다.
지난 94년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 이후 한국 농업은 처참하게 붕괴되었다.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농산물은 농산물 가격의 하락과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또한 농가부채의 급증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농촌은
해체되었고 농업은 붕괴되고 말았다.
현실이 이렇게 암울한데도 미국 등 농업수출 강대국들은 WTO를 앞세워
농업시장의 개방을 확대해 우리와 같은 식량 수입국, 개도국, 약소국의
시장을 통째로 집어 삼키겠다는 논의를 강제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농업협상은 한국 농업에게는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경해 열사는 농민으로서 생존권을 지키고자, 또한 민족
농업을 지키고자 머나먼 이국 땅에서 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이경해 열사의 죽음은 미국이 주도하는 WTO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한국
정부의 농업 포기 정책이 만들어낸 명백한 타살이다. 우리는 한 귀중한
농민의 목숨을 앗아간 WTO와 노무현 정권에게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다.
자국의 농업과 농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노무현 정부는 어떠했는가?
“공산품을 수출하려면 농업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농업은 경쟁력이
없으며 개방은 대세다.”라는 둥 한심스런 자세로 WTO 협상에 임한 노무현
정부는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서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WTO와 초국적 자본에 의한 농업 파탄과 노동자 민중 등의 생존권이
유린당하는 현실에서 이경해 열사의 투쟁은 한 농민의 투쟁이 아닌 350만
농민의 투쟁이요, 4천만 민중의 투쟁이다. 또한 양심적인 전세계 시민들의
투쟁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경해 농민열사의 죽음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노무현정부와 WTO에게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WTO 5차 각료회의와 농업협상을 즉각 중단하라!
하나. 한국 정부는 즉시 WTO 각료회의 참가단을 철수시키고 이경해 열사의
죽음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다하라!
하나. 한국 정부는 개방농정을 전면 철회하고 농업의 회생과 식량주권을
사수하기 위한 농업 정책을 수립하라!
350만 농민 모두는 이경해 열사가 되어 열사가 산화하며 외치신 “WTO
해체, 농업 보호”가 실현될 그 날까지 생활도 생명도 버리고 끝까지
투쟁할 것을 선포하는 바이다.
2003년 9월 1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정현찬